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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세월과 지우개

 

 


 촬영일시: 2014년 12월 23(화),오후 8시경
 # 촬영장소: 울진청소년수련관( 2014 울진군송년의 밤 행사때)

 

 

세월과 지우개


세월 !
시인 김시종님(1942~)은  시로서 세월을 이렇게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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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세월은 휘발유로도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 얼룩도 지운다.

수석(壽石)에 묻은 페인트 얼룩,
기름걸레로도 안 닦이더니…

마당에서 몇 해 비를 맞게 했더니,
언제 지워진 줄도 모르게
말끔히 지워졌다.

세월이 지우는 게 어이 얼룩뿐이랴?
돌 같이 단단한 마음도
세월 앞엔 모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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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로도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의 얼룩도 지우는 세월 앞에 젊음도 어디론가 사라진다.

2014년 울진군 송년의 밤 행사때 관중으로 울진군 온정면의 실버댄스팀의 공연을 보면서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내 젊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20대때 담배연기 자욱한 골방 같은 술집에서 친구들과 밤을 새며 젊음을 이야기했던 것들과
통기타와 녹음기, 배낭을 짊어지고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던 그 패기.
직장에 다닐 때 외국인들과 실력으로 두려움 없이 경쟁을 했던 그 젊음.
부모님의 걱정스런 나의 취업대책에 대해 먹고 산다는 개념 조차 나와는 먼 곳의 이야기로 생각했던 그 젊음.

친구의 불행이 나의 불행인양 같이 고민하고 울곤했던 그 우정.

모든 것들이 세월이라는 지우개가 조금씩 조금씩 그들을 지워간다.

 

내 부모님 또한 나의 젊음을 지우는 지우개와 똑 같은 지우개가 지우는 젊음을 잃어가는 심적인 고통을 어떤 식으로든
이겨 나갔을 것이며
종말에는 결국 힘 없이 우리 모두의 종착역인 죽음으로 가셨을 것을 생각하면

세상의 순리는 인간의 힘으로서는 어쩔수 없음을 통감한다.

우리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질 의무와 책임이 있다.

10개월의 임신을 거쳐 이를 악문 고통을 참고 세상을 보게 나를 낳아준 어머님을 생각해서라도
똥, 오줌 모두 걸러가며 키워준 우리들의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고,
어려울때 옆에서 격려를 해준 이웃과 형제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고
생명의 고귀함 때문도 그렇고...
이런저런 이유로도 우리들에게 주어진 내 삶의 가치는 높고 높다.
 
삶의 애착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실버 공연단의 공연을 보며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공연에 몰두하는 모습들이 아름답고 아름답다.

 하지만 실버공연단의 공연을 보면서 슬픈 것이 있다.
 나도 역시 내 젊음을 지우는 지우개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순명처럼 가야만 하는 내 인생의 길이 어쩐지 예전처럼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삶에 애착을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