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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거울과 기대한다는 것

 

 

 


 촬영일시: 2014년 12월 어느날
 # 촬
영장소: 울진읍 구수곡 휴양림으로 가는 길

 

 

거울과 기대한다는 것

 

 

 

거울은 자기가 보는 사물을 한치의 거짓없이 그대로 내 뱉는다.
1 이라는 숫자를 봤으면 2 라는 숫자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본 1 이라는 숫자 그대로를 반사시킨다.

 

운전을 하다 길모퉁에 세워둔 반사경을 자주 본다.

반사경은 자기가 본 상황과 일을 그대로 반사시켜 줌으로서 운전자로 하여금 상황 대처에 민첩하게 움직이도록

교통사고 방지 용도로 길거리에 많이 세워두었다.

 

커브길,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반대편의 길에서 오는 차량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반사경을 통해 쉽게 파악하게 된다.
인생사 이렇게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현듯 생기는 모든 일을 미리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의 축구팀이 월드컵에 나가 시합을 하기도 전에 이길건지 질건지.
친구의 딸이 결혼해서 아이를 몇 명이나 둘 건지.
주식에 투자한 친구가 경기가 좋아 많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빚더미에 앉을 건지.

친구가 소개해준 여성이 평생 배필로 인연을 맺게 될런지 아닌지.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안다면 많은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손해를 볼일 같으면 미리 손을 떼면 되고 시험을 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원서 조차 내지 않으면 된다.

사실 이렇게 정확하게 앞을 내다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농부가 논, 밭에 뿌리는 씨앗이 결국 추수시기에 흉년이 들 것을 미리 안다면 세상의 어느 누가 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그럴까?

 현자(賢者)는 물질의 풍족은 인간의 사고와 윤리의 궁핍을 가져온다고 한다.
 물질이 풍족하면 노력과 인내, 그리고 성취의 맛을 잘 모른다고....
 그래도 나는 생활의 모든 면의 부족함에 오랫동안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기대를 많이 하고 살았다.

 

 한 개를 준다는 사람에게 두 개 줄 것을 기대하고

 내가 버릴 쓰레기도 다른 사람들이 해줄 것을 기대하고 그렇다.
 기대를 많이 했던 일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반대급부인 실망이 크다.
 실망이 크면 그 실망은 마음의 아픔으로 남기도 한다.

 

 내가 그동안 기대를 너무 많이 살았고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도 많이 해서 그런지 요즘은
 만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길거리에 세워둔 반사경 처럼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정확히 아는 것도 힘들고
 세상만사 기대하는 것 없이 사는 것도 재미없는 일 인듯 하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도 그렇고

 기대하는 일 없이 세상 사는 재미도 그렇고

 

 이래저래 얼른 봄 이라도 빨리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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