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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살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







   # 살면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

  

 

어느덧 친구들의 자식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다.

자식이 둘 있는 친구는 벌써 둘째를 결혼시키기 위한 청첩장이 최근, 사무실로 배달되기도 한다.

자식을 출가시키기 위한 부모의 마음은 무척 바쁠 것 같다.

결혼도 못한 나는 자식의 결혼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할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친구는 자식의 결혼을 위해 젊어서 부터 보험도 들고 계도 들고 해서 먼 훗날 자식의 결혼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작고하신 내 어머님은 살아 계실 무렵에 돌아가실 때 입을 수의를 미리 준비해 두셨다.

아버님 것과 함께 황금색 빛의 보자기에 싸서 장롱 깊숙이 넣어두셨다.

어느 날 어머니 장롱을 열어볼 기회가 있어 우연찮게 드려다 보다 나는 깜짝 놀았다.

"아직 살아계실 세월이 한참인데 이런 것을 왜 준비해 둘까?"

나중에 두 분 모두 어머님이 평소 준비해둔 손으로 만지면 까칠까칠한 느낌이 드는 그 삼베 옷을 입고 이승을 달리하셨다.
이렇게 내 부모님은 본인들의 죽음을 준비하셨다.

 

이와는 별개로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산을 좋아하는 분이 있는데 이 분의 성격도 워낙 꼼꼼해 산을 갈 때는 하루 전에 몇 번이고
배낭을 점검한다고 한다
.

산에 자주 다녀서 그런지 산에서 필요한 것들은 눈을 감고서라고 챙길 정도로 달인 수준이지만

어느 날 막상 산에 가서 먹으려고 과일을 배낭에 챙겼는데 칼이 없어 그냥 껍질째 과일을 먹은 적이 있고

분명히 비가 온다고 해서 우비를 챙겼는데 막상 산에서 비를 만나 우비를 찾아보니 그것조차 집에 두고 온 적이 있다고
한다
.

전교 수석의 성적을 자랑하는 학생이 막상 수험장에 갈 때 수험표를 잊고 가는 경우도 있고

출근할 때 잊어버리기 쉽다고 머리맡에 둔 휴대폰조차도 잊어버리고 출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전에 내가 몸 담고 있는 지역의 어느 단체에서 주관한 수호제 행사 때 많은 지역 기관장과

어른들을 모시고 수호제 행사를 진행할 때는 사전에 그렇게 꼼꼼히 행사 준비를 했음에도 막상 행사 때

제사상에 올려둔 양초에 불을 붙일 라이터가 없어 곤궁에 처한 때도 있었다.

 

세상만사 무슨 일에 대해 꼼꼼히 준비하는 마음의 자세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만사 꼼꼼히 준비한다고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행사 사진 촬영을 위해 하루 전에 배터리와 메모리 스틱 등을 모두 챙겼다고 확신을 했지만 막상 행사장에 나가 카메라를
꺼내 보면 배터리가 다 방전이 되어 촬영도 못하고 안절부절 했던 기억도 있다
.

 

그래도 자주는 곤란하지만 가끔은 덜렁덜렁 대충대충 살아가는 일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헐레벌떡 뛰어가며 넘어지지 않는 노하우도 깨달을 수 있으며  만사에 꼼꼼하고 세밀하고 면밀한 계획을 세운다는
이유로 주위의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힘들게 할 이유도 없다
.

 

농사 분야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흙을 갈아야 할 시기. 거름을 줄 시기. 씨를 뿌릴 시기. 추수할 시기.

밭에 여유롭게 깔아놓은 봄을 기다리는 거름을 보며 ' 준비하는 자가 세상을 얻는다'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준비한다고 100%의 효율을 얻을 수 있을까?

건강한 작물을 얻기 위해 날씨도 도와야 하고 날짐승, 멧돼지를 포함한 곡물을 해치는 동물도 피해가야 한다.

비록 매사에 준비성이 없다 해도 일이 닥쳤을 때 비록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매사에 준비를 철저히 하는

마음의 자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식의 결혼을 위해 집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 자식의 행복을 위해 준비한 것들을 그냥 주는 것보다

부족하지만 살아가면서 부족한 부문을 채우고 한 가지 한 가지 준비하면서 사는 것이 더 지혜로운 삶이라 생각 든다.

어차피 우리가 죽을 때까지 우리들의 삶의 많은 부분에서
100%의 만족은 없는 까닭도 그렇지만
40대 중반쯤 몇 번이고 나중을 준비하기 위해 들어놓은 보험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모두 해약한 일들을
기억해 보면
만사에 빈틈없이 준비한다고 그 일에 대해 100%의 만족도 할 수 없고 꼭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까닭에
'인생의 보람' 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만사에 대한 철저한 준비보다는 덜 준비되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마음의 자세에
나는 더 높은 비중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