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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 탑( 塔 )과 내가 사는 사회




 


 # 촬영일시: 2016년 6월 5일(일)

 # 촬영장소: 강원도 태백시 장군봉옆 천제단


 

  ---- 탑( 塔 )과 내가 사는 사회 --------------


 
가끔은

수필가가 써놓은 글에서

신문지면의 칼럼에서 이런 글을 본다. 아니면 수도자나 유명인의 강연에서 이런 글을 듣기도 한다.

' 우리 사회는 나 혼자 살 수는 없다 '

이 말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여럿이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오늘도 사람 만나 투정하고 갈등하며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의심도 하며 만나는 사람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여럿이 어울려 살 필요 없이 나 혼자 무인도 같은 곳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자니 그들과 사는 것도 비교하게 되고 그들의 삶이 어쩌면 내 삶 보다 더 나은 생각도 들고

내가 잘했던 못했던 그들과 부딪혀 사느니 차라리 외딴데 혼자서 밥 해 먹고 숨 쉬고 새소리, 바람소리와 친구되어 혼자 살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로부터 갈등도 없을뿐더러 사람으로 인해 목소리 높일 일도 없겠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에서 겪는 불편함과 다른 불편함이 있겠지만 혼자서 그렇게 살고 싶을 때가 있다.


국내 어느 유명한 음악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분이 유명하게 된 이유를 일전에 텔레비전에서 들었는데 모든 공을 어머님께 돌렸다.

자기가 유명하게 된 이유는 자기가 노력한 탓도 있겠지만 자기 뒤편의 그늘에서 말없이 자식의 뒷바라지를 위해

희생한 어머니의 은혜가 더 크다는 것이다.


난 철없던 시절, 학창시절에 우등상을 탈 때 나는 내가 열심히 해서 상을 탄 것으로 알고 우쭐한 마음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뒤엔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챙기고 수업료를 준비하기 위해 없는 돈 아끼고 뒷바라지한
부모님이 계셨던 것이다.
불행히도 부모님은 내가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알고 효도하려는 기회를 주지도 않고 세상을 떴으니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이 아프다.


늦은 봄,

혼자 함백산, 장군봉, 태백산 줄기의 장거리 산행을 하면서 장군봉 옆의 돌로 만들어진 제단을 본다.

이 부근 바람은 예삿바람이 아닐 텐데 수 십 년의 세월 동안 돌로 만들어진 제단은 무너지지 않는다.

 더 나아가 문수봉의 돌탑은 더 뾰족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가봐도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다.


큰 돌 사이로 박혀 진 작은 돌!

오랜 세월 동안 무너지지 않고 세찬 비바람에도 버티고 서 있는 까닭은 큰 돌과 작은 돌의 조화로움이다.

부모와 자식이 어울려 살고 자식이 부모 되고 하는 그런 관계에서 공든 탑이 자연과 조화롭게 서 있을까?

아니면 모난 사람, 둥근 사람 모두 다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을 해주기 위함일까?

길을 걷다 내내 상념에 젖는다.


난, 어릴 적 부모님과 형제들과 한 방에서 같이 식사를 했고 같은 집안에서 생활을 했다.

가정이란 이렇게 작은 돌, 큰 돌이 모여 건강한 탑을 만드는 것일까?
사회도 분명 저렇게 작은 돌, 큰 돌이 서로 격(格)이 맞아 보기 좋은 탑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내가 속해있는 이 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니면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 탑이 쌓여 갈까?


하산하면서

모난 구석이 많은 나 자신은 과연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쌓아가는 탑에 작은 돌로서의 쓰임새가 과연 있는지

내내 걸으며  풍경 보다는 발아래 돌만 보며 산행의 일정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