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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만날 때와 떠날 때

 

 

 

 

 

 

 
# 만날 때와 떠날 때


-사진촬영지: 울진군 북면 덕구계곡
-촬영일시: 12월 23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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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 눈길이 가는 한 장면이 있다.
단풍잎! 가을날 아름답게 대지의 색깔을 조화롭게 만들었던 많은 단풍잎!
추워지는 날씨와 함께 땅에 떨어져야 할 단풍이 떨어지지 못하고
한 겨울나무에 댕글댕글 달려있는 광경이 그것이다.

다른 단풍잎이 떨어질 때 같이 떨어졌음 더 좋았을 텐데 하면서도
영하의 날씨에도 매달려 있는 단풍잎은 말은 하지 못하지만 그들도 안타까운 사연도 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본다.

나도 남들과 똑 같은 인간이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서 부자지간에 등 밀어주고 아들의 머리를 샴푸 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부럽고
부부 같이 배낭을 메고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과 산속에서 버너에 불을 지피고 사이좋게 밥을 해 먹는 모습도 그렇다.

또는 경제적인 풍요로움은 없지만 소박하게 식구들과 같이 한 여름철, 오손도손 쌈장 만들어 된장 찌개와 함께
가족과 함께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마당의 평상에서 밥을 먹는 모습도 그렇다.
가끔은 무슨 문제인지 모르지만 포장마차에서 부부끼리 소주잔을 기울이며 또닥거리는 부부의 모습도 부럽다.

난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
시기를 놓친 지 오래된 이야기이고 이제는 포기하고 살지만 지나고 보니 결혼도 시기가 있는 듯하다.
남들이 버스를 탈 때 같이 버스를 타고, 남들이 소풍을 갈 때 같이 소풍을 가야 하는데
지나온 세월을 뒤돌아 보니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지상에 떨어져야 할 시기에 떨어지지 못하고 나무에 매달려 있는 단풍의 모습과 남들이 결혼한 그 시기를
놓치고 노총각의 신세로 이 겨울을 보내는 내 신세가 어쩌면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건조하고 푸석푸석하고 생명력이 없고 성냥불을 붙이면 곧바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모습이다.

내일은 성탄절 이브이다.
동방박사 세 분이 예언한 예수님이 탄생 바로 전날이다. 올 성탄절  미사 때 주님께 한 번 여쭤볼까 싶다.
‘ 주님! 제가 결혼할 가능성은 있는 건가요?’ 아니면
‘ 주님! 어떤 이는 혼자 사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하는데 그냥 혼자 살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