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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나도 모르게 불청객이 찾아오다.2

 


강릉
아산병원 7층에서 본 대관령과 선자령 방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선자령 부근을 보며 많은 위안을 얻었다.
수 년전 겨울 눈길 산행시 폭설 속에 너무나 많은 아름다운 광경과 추억을 간직한 선자령이어서 더 그렇다.


 

 

 

 

   아래의 글은 제가 2018년 1월 18일, 울진군의료원에서 대장 내시경 용종 제거후 조직검사 결과, 대장암으로
  판명되어 
2018년 1월 26일(금), 강릉 아산병원 외과에서 대장 30 cm 정도 절단하는 복강경 대수술 등 치료 및 
  회복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올려드리니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글을 통해 각자의 건강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음 합니다.



  # 나도 모르게 불청객이 찾아오다.2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지 이틀이 지났다.
  처음에는 느낌이 독감에 걸린 것 같았다. 그만큼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새벽에 눈을 뜨니 
  심적으로 동요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소에 잡지나 텔레비전에서 봤던 암 환자들의 인터뷰나 기고문들의 내용과 말들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가고
  앞으로 내 장래가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이 앞서며 인터넷으로 대장암에 좋은 음식이 뭔지, 주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검색을 하게되는 횟수가 잦아졌다.
  마음이 심란해지고 사무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강릉 아산병원 내과에 예약을 해놓고 토요일 새벽 일찍 배낭을 챙겼다.
  혼자서 실컷 걸어보고 싶어서였다. 스스로 묵상도 하고 나와 대화도 하고 마음도 정리하면서 무작정 걷고 싶었다.
  코스는 강원도 해파랑길 !  용화에서  삼척까지 약 24~25Km 정도.

  바다를 보니 살것 같았다. 걸으며  신체적으로 별다른 이상한 점은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걸으며 점심도 먹고 동해의 조망이 좋은 곳에서 쉬어가며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오는 길에 주점에 들러
  막걸리 한 잔 하기도 했다.


  아산병원에서의 진료 예약날짜가 다가왔다.  
  울진의료원에서 챙긴 영상자료 전부를 들고 차를 몰고 미리 예약한 내과에 들러 의사에게 이것 저것 물어봤다.
  수술은 소화기 내과의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외과에서 한다고 한다.
  암부위는 가로 세로 약 2 cm 정도 인데 30 cm를 통째로 덜어내야 한다는 의사 말에 짐짓 놀라 의사에게 되물어봤다.
  " 수술하지 않고 자력으로 나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수술을 하고 안하고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서 의사는 결정을 하니 잘 생각해서 결정하라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의사는 내 판단에 무조건 맡긴다고 한다.  
  의학상식도 전무한 내가 이 어려운 결정을 단시간에 해야하는 순간!
  당장 내 곁엔 조언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좀 쓸쓸한 느낌이 든다. 
 
  의사는 말을 덧붙인다.
  나중에 혹 전이가 되면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그때는 어떻게 할거냐고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혹시나 해서  난, 창자를 30 cm 잘라내는 이런 외과 수술은 처음이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수술하지 않고 자연치유법으로
  완쾌의 가능성이 없을까 하고 나로서 의사에게 다시 물어본다.
  "수술을 하지 않고 자력으로 나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자신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의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의사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흐르고 한참이 지난 뒤, 순간 난 결정했다.
  " 수술하겠습니다." 그리고 의사 앞에서 수술 예약을 했고 병원 문을 나섰다.

   특이한 것은 2차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다시 하지 않는 것이다.
   1차 병원(울진군의료원)에서 조직검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외과 수술에 들어가는 것이 불안해서 의사에게 물어보니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한다. 암 부문은 1차 진료기관에서의 임상병리학 의사가 판정한 결과가 거의 맞다고 한다.
   혹시나 1차 조직검사 결과가 오진일 가능성이 있지 않냐고 의사에게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1차 기관에서 판정된
   조직검사 결과를 갖고 수술을 한다고 한다.

  며칠뒤로 잡힌 수술날짜가 그렇게도 빨리 다가왔다.
  여행용 캐리어 가방에 이것저것 챙겼다. 세면도구와 내의 그리고 슬리퍼와 병원에서 필요할 물건들을 챙겨 차를 몰았다.
  보호자가 필요할 것 같아 서울에 계시는 큰누님 보고 강릉까지 내려오시라 전하고.
  독신인 까닭도 그렇고 형제들은 모두 외국에 있는 까닭에 국내에 혈육이라 혼자 계신 연세 많으신 큰누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수술 이틀 전에 입원해 몇 가지 정밀 검사를 했다. 대장검사, 폐검사, 혈액검사 등 무슨 검사를 그렇게 많이 하는지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많은 검사를 했다.
  수술은 복강경으로 하는데 대장의 암세포 부위에 무슨 조그만 판을 두 개 박아 넣는다. 
  이 부위는 수술시 집게로 찾기 쉽게 하기 위함이라 한다.
  수술 이틀 전 부터 금식에 들어갔다. 금식은 수술 이후 4~5일동안 계속되는데 이때 몸무게와 체력이 많이 축났다.
  평소 몸무게가 80Kg을 늘 유지했었는데 퇴원 무렵에는 74kg 으로 팍 줄어버렸다.

   내일(1월 26일/금)이 수술이다.
   수술 하루 전날밤, 인턴 의사 선생님이 입원실을 찾아와 진행될 수술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나의 종양은 항문에서 10 Cm 부위에 있어 수술뒤 장루(인공항문)을 달지도 모른다고 한다. 사실 '장루(인공항문)' 이라는 말은
   이곳에서 처음 들어보는 말 이었다.

   대장 수술을 하고 대장이 아물 때까지 인공항문을 배꼽부근에 구멍을 내서 달아놓는다는 이야기이다.
   '장루'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모르고 그냥 고개만 끄떡였다.

  " 수술할 때  아픕니까?"
   질문을 해놓고 스스로 참 우둔한 질문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생살을 mes로 자르는 수술인데 통증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의사의 입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싶었나 보다.  

  " 어떤 사람은 아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 아프다고 하고, 사람 마다 차이가 있는데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의사가 한 말이다.
  ( 사실, 수술뒤 전신마취가 깨고 난 뒤의 통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통증이었다. 일반 진통제로는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몰핀을 맞지 않았나 싶다. 심한 통증은 두 세시간 계속되었다. 회복실에서 전신마취가 깨고난 바로 뒤 무시무시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리고 회복실에서 일반 입원실로 다시 올라왔다.)

   병원 사정으로 첫날에는 2인실 병실에서 다음 날에는 6인실 병실로 이동되었다. 6인실 병실은 자리가 없어 보험이 되지 않는 
   하룻밤  136,000원짜리 2인실에서 보내고 다음 날 6인실로 이사와 여럿이 같이 병실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난 다인실이 체질에
   맞는 것 같았다. 

   내일 수술을 한다고 생각하니 잡다한 생각에 잠이 오지않는다.

  그래도 내일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