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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궁금하다는 것은

 

 

 
 촬영일시: 2015년 3월 12일(목)
 # 촬영장소: 울진군 서면 왕피리 마을

 

 

궁금하다는 것은

 2015년 봄이 코 앞에 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

 길가의 가로수들도 긴 겨울의 잠에서 깨어나 눈을 틔우고 길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또한 경쾌하다.

 

 지금은 없어진 나의 생가의 마당은 꽤나 넓었다.
 마당에는 텃밭도 있었고 감나무도 몇 그루 심겨져 있었으며 텃밭에는 매년 모친이 말년에 상추, 쑥갓을 갈고
 소일거리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그 텃밭 한쪽에는 수선화가 심겨져 있었는데 수선화는 매년 봄만되면 제일 먼저 짙은 병아리 색깔로 우리집 식구들에게
 봄소식을 알렸다.

 노란 수선화!
수선화의 속명은 나르키수스(Narcissus)이고  그리스 신화의 나르시스에서 유래한 말로 '자아도취', '자기애'를 뜻한다고 한다.

 수선화에는 애닮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며

 수선화의 속명인 '나르키수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시스(나르키소스)'라는 청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많은 처녀들와 요정에게서 구애받던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반해 물 속에 뛰어들었는데

 그 자리에 수선화가 피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수선화에 얽힌 이런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든 가까운 연세드신 나의 부친은 봄이 일어나는 매년 이때쯤.

새벽에 일어나면 마당에 나가 이 수선화의 꽃이 피는지 허리를 굽혀 드려다 보곤 하셨다.

봄날을 알리는 노란 수선화!
그 꽃이 봄과 더불어  예년처럼 노란색으로 봄소식을 알릴 것인지 아니면 피지도 않고 봄은 사라질 것인지
부친은 무척 궁금해 하셨던 모양이다.

어떤 일에 궁금증을 갖는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일 것 같다.

갓 시집온 며느리가 부엌에서 밥짓는 모습이 궁금해서 방문을 자주 열어보는 시어머니의 모습에서
얼큰하게 취해 밤늦게 귀가한 아버지가  불켜진 자식의 공부방 문을 열어보는 모습에서
이 시간에 부인이 집에서 뭘하는지 직장에서 일하다 전화 한 통 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이제는 관계를 정리하자고 이야기한 연인이 이 시간에 뭘하는지 궁금해 하는 마음에서
사람들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친한 사람이나 가족들, 친구들의 일거일투족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은 어쩌면 그 대상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랑의 기초를 놓은 작업일 것 같다.

나도 수 개월전 우연찮게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일하다 말고  문뜩문뜩 그 사람이 이 시간쯤 뭘할까 하는 궁금증이 자꾸 생긴다.
전화할 사정도 아니고...........

울진의 산골마을인 왕피리 마을에서 창틀사이로 노인들의 식사 모습을 궁금해하는 여성 두 분의 모습에서
나는

수선화의 개화시기에 대해 궁금해 하신 작고하신 부친의 마음을 읽어보고
최근 내가 궁금해 하는 어떤 분에 대한 나의 감정이 어떤가도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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