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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언 덕


 

 

 
 촬영일시: 2015년 2월 21일(토)
 # 촬영장소: 서울시 동대문구 전철역 (동대문역사 문화공원역)



언 덕

 

 2015년 설날은 서울에서 보냈다.
 
 내 위로 형님이 두 분, 누님이 네 분 계시는데 전부 객지에서 사신다.
 큰 누님은 서울에 나머지 형님 두 분과 누님 세 분은 미국, 독일, 스위스에 각각 사는 까닭에 고향에서 독신으로 지내는 나로서는
 명절
때면 제사에서는 홀가분하다.( 제사는 외국에서 지낸다.)  나는 매년 이맘때면  장거리 산행을 다녀왔다.

 올해는 서울로 상경했다.

 누님댁에서 조카들 얼굴도 볼겸, 만날 사람도 좀 만나고...그런 이유로 서울로 향했다.
 그렇게 며칠 보내고 하향을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눈 앞에 한 편의 시가 펼쳐졌다.

 서울시에서 이렇게 전철역 마다 승객들의 지루함과 정서를 위해서 인지 역사(驛舍)의 스크린 도어에 시를 몇 편씩 걸쳐놓았다.

 박덕규님의 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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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

               - 박덕규 지음-

 

무얼 했니?

원래는 삐죽 솟은 산이었는데

자꾸 미끄러져 내려서

그렇게 나지막해진 거니?

 

무얼 했니?

원래는 아득한 벌판이었는데

점점 쌓이기만 해서

그렇게 웅크리게 된 거니?

 

바람은 왜

여기 와서 기웃거리니?

너와 나는 오늘밤

뜬눈으로 보내야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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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이라는 이름은 들어도 싫증이 나지않는 말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말 중에도 들어서 편한 말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그 중에 '언덕' !

높지도 낮지도 않는 그런 높이로 노인들이 산나물을 뜯기도 하고 남녀노소 산책코스도 될 수 있으며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것이 연상되는 그런 말.

힘들어  땀을 흘리며 올라갈 필요가 없으며 내 분수에 맞춰 무리함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는 그런 언덕!
참 편한 말이다.

사람과 사람사이.

남녀의 연인사이. 그런 사이도 언덕을 보는듯한 감정만이 존재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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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 최종은(알비노) 지음-

 

처음에는 조금만 올라가 봤습니다.

시인들이 올라가는 언덕이 너무 아름다워
그들처럼 언덕을 올라가 봤습니다.

내려오던 길에
언덕에 올라서서 봐둔
먼데 풍경 한 점.
그 풍경을 눈에 담아 두었습니다.

다음 날,

처음보다 조금 더 올라가 봤습니다.
처음봤던 그 풍경 보다 더 멋있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나는 처음 봤던 풍경을 미련없이 버렸습니다.

내려오던 길에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내가 처음 올랐던 그 언덕
그 자리에서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 풍경은 내가 처음봤던 풍경과 다르게
구름이 흘러갑니다.

내가 처음 언덕을 오를때는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 2015.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