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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죽음에게.2

사진은 당일 울진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촬영한 사진이며 아래 글의 주인공과 다른 상가집의 사진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촬영일시: 2015년 3월 22일(일)
 # 촬영장소: 울진군 울진군의료원 장례식당

 

 

친구 모친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어떤 사람은 주위의 친구나 이웃집의 경조사 참석시에 부조계를 꺼내 상대방이 나의 경조사에 참석했는지를 먼저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사회가 주고 받고 하는 사회라 해도 상대방이 나의 경조사에 부조금을 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매말라 가는 것은 아닐까?
좀 슬프다.

나는 그렇지 않다.
상가집에 갈때는 적은 돈 이지만 고인이 저승갈때 노자돈으로 굶지 말고 잘 가시라는 의미와 함께
남의 집 결혼식 피로연에 갈때는 비록 작지만 도란도란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를 담아 부조를 한다.

 

봄철에는 유달리 경조사가 많다.

며칠전 친구 모친의 작고 소식에 몇 푼 안되는 부조금을 챙겨 장례식장에 갔다.
자주 접하는 광경이지만 장례식당에 가면 고인의 평소 흔적이라고는 신발 한 짝과 고인의 영정 사진 밖엔 아무 것도 없다.

여느 때와 같이

출입문 안으로 조그만 밥상위에는 고인의 신발과 저승사자들이 와서 먹고갈 밥과 동전, 눈에 띄는 것은 그것 밖엔 없다.

살아생전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나
가족이 없이 말년에 쓸쓸히 독방에서 혼자 이승을 달리한 사람이나
남녀노소 누구나 죽어서는 사자상(使者床)위에는 달랑 신발 한 켤레 놓이는 것은 똑 같다.
더불어,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이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영정사진과 이것 밖엔 없다.

사자상 위의 신발에는 그 사람의 살아생전의 귀천(貴賤)의 흔적도 없고 죽은 자의 모습도 말소리도 없다.

신발 한 켤레 !

죽은 이가 남긴 신발 한 켤레에서 나는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
죽은 이가 남긴 신발 한 켤레에서 나는 매일 매일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매달리는 일들과 사람들 그리고

내 삶에 얽힌 수 많은 일들이 부질없음을 느낀다.
나 역시 언젠가 세상을 떠날 때 신발 한 짝만 남기고 가겠지.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많은 일과 내가 평소 애지중지 했던 것들이 모두 부질없음을 알고도

고인의 빈소에 예(禮)를 표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부질없다고 했던 그 일에 또 목을 맨다.
어딘가 바삐 전화도 하고 목소리도 높이며 평소에 하던대로 그렇게 산다.

모든 일이 부질없음을 알고도 또 의미있는 일을 찾아 헤메는 사이에
하루 해가 뜨고 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늘되며  나이를 먹는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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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상(使者床)

'사자밥'이라고도 하며 사람이 죽었을 때 저승사자가 와서 데려 간다는 의미로 사자들이 먹고 갈 음식과 신고갈 것

그리고 노자돈을 올려 놓음으로서..  쉽게 이야기하면 저승사자들을 대접하는 의미이다.

사자밥은 먹지않고 보통은 버리며 돈은 장례식에 보테 쓰며 보통 밥은 세그릇. 술 석잔, 동전 혹은 지폐을 올려 집밖에 놓아둔다.
사자밥에는 찬을 놓지않는 것이 특징이며 밥,동전 등 세 개씩 놓은 것은 저승사자 둘 (일직사자, 월지사자)와 고인의 몫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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