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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소 통.1

 

 

 


 # 촬영일시: 2016년 1월 17일(일)/오전 11시경

 # 촬영장소: 울진군 구수곡자연휴양림 계곡

 

 

 소 통(通).1

 

가까운 울진군 구수곡 자연휴양림 계곡을 다녀왔다.

겨울산행의 묘미는 추운 날씨지만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손이 시려 장갑을 낀 채로 손을 호호 불며 삭막한 자연을 보는 것과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내 마음의 순수성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름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것도 있겠고.

겨울 계곡의 투명한 물과 작년 가을, 나무에서 떨어져 이곳저곳 바람에 휘날리며 물 위에 떨어진 채로 흘러가지 못하고 물밑 혹은 물위, 마냥 내 멋대로 흝어져 있는 낙엽.
한 폭의 순수를 주제로 그린 그림 같다.

계곡물은 물대로, 낙엽은 낙엽대로 그들은 태어난 성격이 틀린다.
물은 자연순환의 이치를 따라 바다에서 승화되어 비 되어 내리고 여름, 혹은 가을에 내린 빗물이 어딘가에 고여 겨울철에 흘러내리고 낙엽은 나무에서 태어나 자연의 이치에 따라 떨어져 그렇게 겨울 풍경을 만든다.
추위라는 계절의 섭리에 따라 물은 얼어 얼음이 되고 이렇게 얼음과 낙엽과 계곡의 물과 주변의 다른 만물의 겨울철 모습들.
그들이 낯설지 않다.
추운 겨울날씨에 삭막한 그들의 풍경이 내게 마음 편하게 다가온다.


태어난 환경도 그렇고 이런 풍경이 될 때까지 살아온 그들만의 삶의 여정이 서로 틀림에도 이렇게 편하게 내 눈에 비치는 것은
왜일까?
말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편한 풍경을 연출하는 것은 물과 낙엽과 또 다른 것들의 성격이 순해서 그럴까?
아니면 각각 서로 배려를 잘해서 그럴까?

낙엽이 흘러가는 물 위에 물아래에 있어도 물은 말 없다.
그냥 원래가 그렇게 엉켜 있는 것이 원래의 자연의 이치라면 우리 인간은 어떨까?

이웃에 물려 있는 한치의 땅도 목소리 높이며 내 몫으로 찾길 원하고 어쩌다 내 실수로 말 한마디 잘못해도 용납하지 못하고
실수로 접촉사고 낸 자동차 사고에도 내 잘못 네 잘못, 내 탓과 네 탓을 원망하며 우리는 산다.
죽기 살기로 좋아했던 연인들의 다툼도 그렇고.
인간사회가 원래 그런지? 사회가 인간을 그렇게 만들어서 그런지?

 

벙어리인 낙엽과 계곡의 물 조차도 물 밑은 작은 조약돌과 주변의 보잘 것 없는 자연과 어울려 이렇게 순수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는데 인간이 겪는 희.노.애.락 (喜.怒.愛.樂)속에서 영원한 평화는 얻을 수 없는 것일까?

손을 내밀자!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그동안의 것들을 살펴보라!
내가 어릴 적 영원히 살 것 같은 작고하신 내 부모님.
매일 매일 좋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했던 내 친구의 죽음.
소중하게 다뤘던 내 손가락의 반지. 수 십 년 전 애지중지했던 고물로 변한 녹음기.
수 십년 전에 최고 잘 지었다던 지금은 철거된 이웃집의 호화스럽던 집...... 
작고한 우리나라 전대통령들의 죽음과 권력들.

겨울 계곡의 물과 낙엽들.
성격이 다른 그들이 그렇게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분명하다.
나의 모난 성격이나 내가 가지지 못한 품성 그리고 성급한 성격과 못난 외모 등.
그들은 이웃해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스스로 떠나는 경우는 없다. 
사는게 서로 불편해도 이해하고 사랑하는 손을 네 먼저, 내 먼저 내미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