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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나이는 먹는다는 것은

 

 

 
 촬영일시: 2015년 7월 2일(목), 오전 11시경
 # 촬영장소: 울진군 울진읍 파티마병원 울진연수원 교육관 개관식 미사/ 교육관에서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
 하루의 시간 24시간이 내게 그냥 어디선가 저절로 오는 것으로 알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有限)하다는 것을 모르고 무한정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니 시간이 중요한 줄도 몰랐고
 책가방 들고 학교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집에서 부모님과 식사하고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인양 생각되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나이 30세가 넘는 어른들은 노숙하고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것인양 생각되던 그 때가 지나
 20대 후반까지도 내게 일평생 주어진 시간은 영원(永遠)할줄 알았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든 내일이 있고 모레가 있으니 내 인생관에 대해 그렇게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세월은 화살보다 더 빨리 학창시절,  20대의 젊은 시절,  그리고 30,  40대를 지나 하늘이 명령하는 것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
 의 나이,  50세를 나도 모르게 훌쩍 지났다.
 말이 '지천명'이지 내가 어찌 하늘의 명령을 알수 있을까?
 하늘의 명령이란 다름아닌 세상의 순리를 알고 그 순리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뜻일거다.

 내가 먹을 만큼 먹고 내가 버릴 만큼 버리고, 내가 아는 만큼 모두 말하지 말고 입도 절제하고 생활도 절제하고 근검하고
 화려하게 입지말고 그렇게 살라는 이야기일게다.

 

 30대 후반,
 지금은 작고하신 어머님은 늘 내가 하는 행동이 미더우신지 늘 내게 이렇게 말씀 하셨다.
 " 내일 모레 나이 40세가 되는데 늘 하는 일이 그 모양이냐 "
 그 당시 나는 자주 술독에 빠져 살았다. 그것도 소주 한 병 정도가 아닌 한 번 술을 입에 대면 몇 병씩 먹어야 성에 찰 정도의
 애주가 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술 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만 적당히 하면 약이 되고 지나치면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일도 제대로 못하는 그런 성질의 액체. 

 돌아다 보니 어머님이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 어제 같은데 그것도 수 십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40대가 지나고 나서

 일평생 내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은 더욱 내 피부에 와닿았다.

 특히 부모님의 죽음을 통해, 지인과 친구와 이웃의 죽음을 통해 더는 나의 죽음이 산 넘어 멀리 아니면
 100년 뒤의 어느 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뭘까?
 세상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산 속의 옹달샘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그리고 바다로 흘러간다.
 극히 그 흐름은 자연스럽다.  거역할 수 없는 초자연의 이치!

 내 속에 뭔가 꿈틀거리고 세상의 많은 일들이 요동을 쳐도 내 나이 역시 물 처럼 어디론가 흘러간다.
 이것 또한 초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그래서 나이는 먹는다는 것은 그냥 자연스러움이다.

 인간의 힘으로 거역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신비스러움. 소리없는 부드러움. 이러한 것들 일거다.

 

 

 베일 사이로 보이는 하얀 머리카락에 세월을 간직한 연세드신 수녀님께서 성가를 부르는 모습에서 나도 내가 가는 길이
 어딘지 알겠다.
 그래서 그 길을 가며 초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내 나이에 거역함이 없이 내 마음도 그냥 냇가에 물 흐르듯 그냥 세상 일 속으로
 매번 자연스럽게 던져야 겠다.

 다만 무작정 던지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흙탕물로 가지 않도록 줄을 당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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