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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성묘와 슬픔

 

성묘와 슬픔

                   - 2005년 9월 25일 -

 

올해도 어김없이 사람들은 명절 추석으로 인해 매우 바빴다.
 도시에서 고향으로, 어떤 집은 자식들이 있는 도시에서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거꾸로 고향에서 도시로 온 도로가 차로 붐비는 명절의 진풍경은 여전하다.
불행하게도(?) 나의 형제들이 외국에 거주하는 이유로 인해서 나는 혼자서 추석 성묘를 한다.
나의 아버님은 6년 전에, 어머님은 2년 전에 세상을 뜨셨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죽음을 접하게 된다.
가깝게는 부모님, 또는 자식, 그리고 평생 반려자인 부부들 중의 한 사람, 그리고 이웃, 교우, 친구 등.
그 중에서 가장 슬픈 죽음 중의 하나는 부모님의 죽음이나, 자식의 죽음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아버님께서 돌아가실 때,
그리고 어머님께서 돌아가실 때 정말 이길 수 없는 슬픔으로 몇 며칠 밤을지샌 적도 있었다.

우리들이 이러한 죽음을 경험할 때의 공통점은
 죽은 사람이 땅 속으로 들어갈 때나 화장을 할 때 금방 이라도 죽은 이와 같이 관 속에 들어갈 것 같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일 년이고 이 년이고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슬픔은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것 이다.
세상의 일이 바빠서 일 것 이다.
여든 셋에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말년에 우스게 소리로 늘 나 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죽으면 너는 내 산소에 자주 올 것이다.
그러나 많이도 울지 말고 그 다음에 너가 내 산소에 오면 내가 무서움을 줄 테니 자주 오지 않도록 하거라!”
어머님 돌아가신지 2년여가 지난 지금 그 말을 생각해 보면
그 무서움 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바쁜 일이 아닌가 싶다.

또한 이런 바쁜 일 때문에 우리가 겪는 주위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희석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바빠서 잊혀지는 슬픔.
추억으로 삼기에는 너무나도 아픈 슬픔. 이러한 슬픔이 우리가 사는 생[生] 의 과정 속에 많이 겪게 되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해 대부분이 슬픔이 잊혀지게 된다.

예를들어 뼈에 사무치는 슬픔을 이기고, 자기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자식을 보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마음은 어떨까?

슬픔은 오래 간직할 필요는 없다.
아니, 가끔은 그 슬픔을 생각할 필요는 있지만 매일은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슬픔만 으로는 살수가 없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에게는 미안한 이야기 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타인의 죽음에서 새로운 인생의 이정표를 설계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지 수 천 년이 지난 지금 나와 우리들은 과연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과연 자기의 삶을 고찰해 보고
 자기의 삶의 이정표를 몇 번 이고 세워 봤는가?

추석 지나고 미국에 사는 작은 형님께 전화가 왔다.

“너 아버님 산소 벌초 했냐?”

“그럼요. 벌초뿐만 아니라 술도 한 잔 따뤄 드렸어요!”

“응, 수고 했구나. 수고비로 돈 10만원 보낼께!” 
수고비 10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형님의 마음을 읽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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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2005년 8월 ~ 2011년 9월까지 '울진성당 주보'의 [세상사는 이야기]와 '가톨릭 안동교구 공소주보'의 장기필자로서
기고한 글 입니다. 좋은 글은 아니지만, 그냥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 블로그에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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