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고통과 행복/ 2005.9.11

 

고통과 행복

2년여 전 겨울, 울진읍 새마실 부근에서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진단 결과는 전치 3-4주. 왼쪽다리 골절과 얼굴의 광대뼈가 으깨어지는 상처를 입은 사고였다.
 깨어나 보니, 포항 대형병원의 응급실이었다.

그 시간, 울진에서 수 십 년을 같이 살던 나의 어머니는 중병을 앓고 있었고, 울진군 의료원에 입원 중 이었다.
수술을 마치고, 나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내가 어떻게 되었나요?” 간호사는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 하세요.”


9시간의 전신마취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있던 나는 울진 의료원에서 투병생활을 하시던 어머님께서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2년여가 지난 지금의 내 생각 이지만 어머님은 돌아 가시기전에 내게 세상을 살면서 교통사고 후 내가 겪은 육체적인 고통으로 무엇인가를 얻게 하시려 했는지도 모른다.

나뿐만 아니라, 인간은 남녀노소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산다.
 어떤 신자는 그것을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정신적인, 아니면 육체적인 고통을 갖고 산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수술을 하면서 겪은 고통이 심한 육체적인 고통이라 여기면 얼마 되지 않는 농사와 토종닭을 키우며 판로개척, 그리고 새로운 농사법의 개발, 내 자신에 대한 회의, 심사숙고해 계획해 온 일의 실패로 인한 상실감, 그리고 매일 얼굴을 맞대는 이웃과 친구,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겪는 고통 등은 내 온몸 자체를 고(苦) 덩어리로 만들게 한다.

성서에서는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지은 죄와 그릇된 행위들이라고 적고 있다.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저주를 받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런 점에서 고통의 근본 원인은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이다.
결국 우리는 그 옛날 아담과 하와의 원죄 즉, 하느님께서 하지 말라는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고통을 짊어지고 사는 것이 아닌가!

사실, 나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나는 내가 겪는, 내가 짊어지고 있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육체적인 고통을 통해서 부지런함과 근면함을 배우고, 주위의 쓴 소리와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을 통해 “세상의 순리와 이치”를 배운다. 이웃과 형제, 일상을 살면서 사람과의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통해 내 자신의 ‘성숙’이라는 열매를 얻는다.

그렇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매일 겪는 고통만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평가 하지 말자. 내가 겪는 고통의 순간이 이웃이나 다른 사람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 의해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을 한다. “고통이 주는 아픔을 줄이기 위해서 더욱 많은 것을 사랑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의 아픔을 가볍게 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자기 자신을 벗어버리는 것”이라 한다. 자신을 벗어나서 자신보다 더 고통 받고 있는 사람과 고통 받는 세상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라고 한다.

바오로 사도는 염병보다도 더한 고통을 겪으신 분이다. 그가 겪었던 고통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였다. “나는 수고를 많이 했고 감옥에도 많이 갇혔고 매는 수도 없이 맞았으며, 죽을 뻔한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동과 여러 번 굶고 추위에 떨며 헐벗은 일도 있었습니다.”[고린도 11.23-27]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일에 감사 하십시오,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고통을 주님 사랑과 영혼 구원을 위한 열정으로 승화 시킨 분이시다.

이 순간 우리는 일상생활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해 바오로 사도가 하신 말씀과 같이 매사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

 

아래의 글은 2005년 8월 ~ 2011년 9월까지 '울진성당 주보'의 [세상사는 이야기]와 '가톨릭 안동교구 공소주보'의 장기필자로서
기고한 글 입니다. 좋은 글은 아니지만, 그냥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 블로그에 정리해 봅니다.

 

...........................................................................................................................................................................................................................

 

'소소한 것들 > 살아가는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 하면서도 잊고 사는 것들  (0) 2005.10.23
하느님과 형평성  (0) 2005.10.09
성묘와 슬픔  (0) 2005.09.25
쉬면서 흐르는 강물은  (0) 2005.08.21
식사기도와 인간의 본능  (0) 200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