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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식사기도와 인간의 본능

식사기도와 인간의 본능
                                                                               2005년 8월 17일(일)

 

인간의 본능이란 배워서 익힌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을 말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살기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먹은 것을 소화하여 배설을 하고
또 뇌와 몸을 쉬게 하기위해 잠을 자야 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능 중, 식욕이 인간의 삶에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다.
하루에 세끼 밥을 먹고사는 인간은 입맛에 민감한 것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가톨릭 기도서에 많은 기도가 있지만 내가 매일 바치는 기도중의 하나는 식사 전 기도다.
매일 하는 일의 결과는 늘 그리 대단한 것은 없지만, 얼마 전 시내에서 볼 일을 마치고 밤늦게 들어와 식사를 할 때,
돼지고기 한 근을 볶아 반찬과 함께 시장기를 때우려 밥상에 식사를 차렸다.

젓가락을 놓고, 그리고 돼지고기 볶음을 냄비째 밥상에 놓고 숟가락을 들고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이런! 기도를 바치지 않았구나!”

입 안에 넣은 밥을 혓바닥으로 오물오물 싸 모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얼른 기도를 마치고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인간의 본능 앞에 가끔 무너지는 하느님과 나 와의 관계. 나에게는 어디 식사기도 뿐이겠는가?

내가 사는 울진의 산골마을 명도리에 냉담 가톨릭 교인이 한 명 살고 있다.
그 여자는 1년여 전, 우연한 기회에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내가 물었다.
 “왜 세례를 받고 성당에 나가지 않으세요?”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예요.” 인간이 먹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인지도 모른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돈을 벌어서 맛있는 음식을 사서 먹고, 가족을 부양하기도 하고.....
그 여자분의 대답은 간단 하지만 당연한 대답인지도 모른다.

 

에페소서 제2장 3절에 이렇게 기록이 되어있다.
“우리도 다 그들과 같아서 전에는 본능적인 욕망을 따라서 육정에 끌려 살았던 사람들로서 본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진노를 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인간의 본능적 욕망에 따라서
살면 하느님께서 화를 내신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본능을 자기 스스로 억제를 하는 능력!
인내, 슬기, 지혜, 용기, 희망, 근면, 성실, 절제, 봉사 등
이 세상의 우리들이 듣기 좋은 모든 말들은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고 다스리는데서 출발한다.
간단히 말해서 식사하기 전에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이 습관화된 생활.

맛있는 음식을 보면 음식을 먼저 먹으려는 나의 본능 보다 하느님께 기도가 앞서는
그런 행위와 생각. 에페소서의 말씀대로 인간의 본능을 억제하고, 절제하면 하느님께서 좋아 하신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본능을 앞서서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
시장할 때 밥 한 숟가락 삼키고 하는 식사기도와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매일매일 접하는
 하느님과의 관계와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 속 에서.
 나의 본능을 절제하는 능력과 하느님과의 잦은 대화.
어쩌면 내가 이승에 머물 때 까지 계속 단련을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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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2005년 8월 ~ 2011년 9월까지 '울진성당 주보'의 [세상사는 이야기]와 '가톨릭 안동교구 공소주보'의 장기필자로서
기고한 글 입니다. 좋은 글은 아니지만, 그냥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 블로그에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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