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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쉬면서 흐르는 강물은

 

# 쉬면서 흐르는 강물은

                                           2005년 8월 17일

 

                                                 

제 작년 2003년 12월, 여든 셋 연세로 작고하신 나의 어머님께서 살아생전 근 40여년 이상 꾸려온 계모임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보리밥”계[契].

지금 생각해 보면 계이름을 왜 “보리밥” 이라고 지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시어머니 모시며 7남매 자식 뒷바라지 하면서 요즘 같아서
그 흔한 보리밥 한 그릇 마음 편하게 먹기 힘이 들어 친구들과 같이 보리밥 한 그릇 먹으면서 가정, 자식 이야기 등.
친구 간에 정을 나누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내게 그렇게 정답게 들였던 보리밥계 어머님 친구분들이 최근까지 근 2년 동안 거의 다 이승을 달리하셨다는
 사실에 늘 가슴 저려왔다.

수일전 근 1년여 동안 폐암으로 고생을 하시던 어머님 친구 한 분이 또 세상을 떳다.
그 친구분이 돌아가시기 수 일전, 병원으로 문병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약 1달 전에 문안을 다녀오고 나서 어쩐지 마음에 걸려 임종하기 수 일전에 다시 면회를 다녀오면서 나는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하는 수많은 약속을 생각해 봤다.

 가까이는 같이 지내는 가족간에 혹은 이웃, 친지, 친구 간에 많은 약속을 하면서 세상을 산다.

나는 평소에 나와 약속을 하는 사람 중에 나중에 형편이 풀리면 내게 무엇을 해준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예를 들면, [내가 형편이 풀리면 차를 사준다]라는 말이든지,
아니면 [내가 형편이 풀리면 선물을 사준다]라는 말 등을 믿지 않는다. 내가 이제껏 수 십년을 살면서 느낀 것은 나중에
 형편이나 시간이 나면 내게 경제적이나, 아니면 다른 무엇을 도와준다는 제 3자와의 약속은 거의 다 지켜지지 않고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하지 못한 우리들 주변의 삶 가운데 일들 중에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주머니 경제가 나아지고, 또 다른 여건이 좋아지면 그 일들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지만 세월은 그렇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세월은 여건이 좋아지면 과거에 생각했던 일들을 하게 내 버려두지 않는 것 같다.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바쁜 일이 생기고 그러한 일 들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는다.

나는 최근에 돌아가신 그 어머님의 친구 분의 문병을 통해 나 자신을 위로 받곤 한다.

평소에 바쁜 시간을 짬 내서 나의 미약한 힘을 보테서 남을 위하는 일. 그 일 이야말로 미래에 몇 개월 동안 해도
할 수 없는 그러한 일이 아닌가도 싶다.

내가 최근에 고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본당 [레지오]활동이다.

먹고 사는 것 또한 중요한 일 이라, [레지오]활동을 중단하고 당분간 쉬고 있다.

혹시 나 또한 “나중에 시간이 나면 [레지오]활동을 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다.
고민거리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하겠다고 한 [레지오]활동이 지금보다 활동하기 더 힘이 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른 일에 몰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전에 돌아가신 어머님 친구분의 병문안과 좋은 곳으로 가셨음 하는 하느님께 대한 나의 기도가
지금은 쉬고 있는 [레지오]활동을
대신 할 수가 있으면 하는 나의 바램이 너무 큰 바램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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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2005년 8월 ~ 2011년 9월까지 '울진성당 주보'의 [세상사는 이야기]와 '가톨릭 안동교구 공소주보'의 장기필자로서
기고한 글 입니다. 좋은 글은 아니지만, 그냥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아쉬워 블로그에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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