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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등산과 일

( 2011년 4월 23일. 토 / 산길찾사 경상북도와 강원도 경계산행때 응봉산 방향에서 도경계방향으로 찍은 풍경)

 

 

************* 등산과 일*************

                                                              - 최종은 알비노-

 

휴대폰 요금이 체납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체납되는 것이 한 두 개가 아닌 것 같다.
공과금은 지불해야될 것을 잊어버려 체납되는 경우도 있고,

돈이 없어 체납이 되는 경우,  돈이 있어도 다른 지출이 급해 내야할 돈을 제대로 못내는 경우등 많은 경우가

밀려왔다 밀려가곤 한다.

 

내게는 배낭이 두 개 있는데 한 개를 얼마전에 빨아서 빨래줄에 널어두었는데

장마가 계속되어 마르는 것이 시원찮아 몇 며칠 계속 빨래줄에 널어두었는데 내가 아니고는 빨래줄에
매달린 배낭을 챙겨 방 안에 집어넣을 사람조차 없어 그대로 줄에 널려있다.

 

난 술을 많이도 마셨다.
술을 끊은지가 벌써 7-8년이 흘렀지만 술을 마실땐 세상의 사람들이 내게 왜 술을 먹느냐고 물어올때 마다,
"세상의 복잡한 일을 잊기위해" 라고 감히 말하며 지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할 일은 술을 먹든, 등산을 하던 그 일은 없어지지 않는다.

술에 만취가 되어도 연체된 공과금은 내야만 되고, 빨래줄에 걸어둔 빨래는 내가 걷어야 한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번뇌를 잊기위해, 아님 골치 아픈 세상 일을 떠나 자연과 벗 하며 나는 복잡다난한 인간사의 많은 일들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산에 오르곤 하지만 등산을 다녀와서도 늘 내 앞에 독을 품고 기다리고 있는 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연체된 공과금은 내가 내지 않으면 과태료와 함께 금액은 늘어가고, 빨래줄에 매달아놓은 배낭은 그대로 줄에 매달려
있다.

등산을 하면서도 사무실에서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많은 일들은 초록으로 물든 여름철 자연 속에서 걸을 때도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기는 커녕  더 뚜렷이 생각에 생각을 낳곤한다.

 

등산을 하면서 내게 일어난 조그만 변화중의 한가지는

술을 마시고 난 다음 내 앞에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은 가끔은 포기상태로 가지만,

등산을 하고나서 내 앞에 놓인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은 나도 모르게 그 해결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 이다.

가파른 산 언덕을 오르면서 극복해온 극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 와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산을 오르려는 인내심 때문인지 몰라도 포기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마음이 자꾸 생긴다.

 

인류의 역사는 발전의 역사이다.

태고때부터 우주를 개척해 나가는 현재의 인간의 삶 까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온 역사.

그 역사 안에서 우리는 살고 있고 앞 으로도 살아간다.

산 넘어, 또 산 넘어 가도가고 끝이 없는 산길을 걸으며 난 자연에서, 산 에서 뭘 배울까?

극기와 인내, 그리고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 그 후회에 대한 깨달음.

산을 통해 후퇴하지 않는 걸음걸이를 배우며 산을 통해 스스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기르며 내 앞에 현실적을
다가오는 순간순간 어려움들을
나는 산을 통해 해결법을 찾고 또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저 그런 힘을 주는 산과 자연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부동(不動)의 자세로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 산을 난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