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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나의 입장과 너의 입장

 

 

내입장과 너의 입장

                                           -  최종은/알비노 -      

 

연 3주째 산에 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전 번주는 혼자서 몇 시간의 산행을 했지만 어쩐지 [산길찾사]회원들과 같이 움직이며 산길을
 다니는 것이
적당히 긴장도 되고 훈련도 되는 것 같아 그렇게 같이 다니길 혼자서 바래왔고 내일도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여름철이라 장마전선이 한반도 주위를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내 속을 태운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워본 적은 어릴적 소풍갈 날짜를 정해놓고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던 그 마음 이후론  별 기억엔 없다.

 

오늘은 며칠전 기상대 예보를 믿고 내일 산행땐 비가 오지 않을 것 으로 알고 시장에 나가 떡을 샀다.

 

술을 못 먹는 관계로 평소에 나는 떡을 좋아한다.

산행을 하면서 배가 고플땐 떡 한 개씩 배낭에서 집어꺼내는 재미, 그리고 쫀덕쫀덕  평생 약주를
모르고 지내셨던 지금은 작고하신 어머님과 같이 떡을 먹던 추억을 산행을 하면서 그려보는
즐거움과 아쉬움.
그 외 몇 가지 이유로 일부러 시장에 나가 떡을 샀는데 내일 산행은 취소되었단다.

 

아침에 일어나 내일 산행의 도시락을 준비를 위해 쌀을 불려놓고, 갓 추수한 감자 몇 개,
그리고 떡과 과일들을
준비하겠노라 계획을 세우고,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주일미사를 지켜야 하는데
주일미사까지 포기하고 오늘 주일미사를 대신하는 토요 특전미사를 봤는데 이 놈의 날씨가 내 계획을 망쳐놓았다.

 

내 입장에서 보면  내일 산행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날씨 탓 이다.

미웁디 미운 하늘을 두고,  난 글을 쓰는 지금까지 원망이다.

 

1개월전,

나는 울진에서 열렸던 도민체전 준비관계로 한 밤중 종합운동장 뒤편에 차를 몰고 가다 맨 홀에 빠져
버렸다.

놀라기도 놀랐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맨홀을 그대로 방치한 관리자 탓 이다.

주의표시 하나 없이 한 밤중 그렇게 맨홀을 방치한 책임은 순전히 관리자 탓임에 분명한 사실이지만
나는 맨홀에 빠진
자동차 바퀴를 쳐다보며 주의를 기우리지 않고 그렇게 과속을 한 내 탓에 눈길을
돌렸다.

 

내 입장에서 보면 타인의 잘못.

타인의 입장에서 보면 내 잘못.

 

현재 내 마음은 편하다.

 

산행일정을 잡아놓고 일정을 취소하게 한 하늘의 탓.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하늘의 입장은 어쩜 비가 오게 함 으로서 회원들에게 주말, 가족과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 것
 일수도 있겠고,

맨날 등산인들의 날카로운 스틱으로 부터 해방되고, 그리고 수 많은 등산객들로 부터 산이 휴식을 갖도록 하는 하늘의 배려 일지도 모르는 일 이다.

 

하늘의 입장에서 본 하늘은 이럴수도 있겠지.

 

덕분에 내일 새벽 6시 부터 설쳐야 되는 긴박감 속에 벗어나 지금은 여유롭다.

그 여유로움 속에 나는 지금 음악이 나오는 FM 라디오와 낮에 사둔 떡 몇 개, 그리고 촉촉히 적셔진
대기와 친구되어
기분은 좋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는 산행에 얽힌 추억들을 새기며 토요일 밤을 보내고 있다.

 

연 3주째 가지 못한 등산일정에 대해 하늘을 탓 하지 않으며, 남을 탓 하지 않으며 사는 것이 진정
산의 가르침인데
난 산행을 하지 못하는 그 탓을 하늘로 돌리고 있다.

 

다시말하면 내가 좋아하는 산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남을 탓하지 말것을 가르치는데 난 그 가르침을
깨우치지 못하며
 매일 남의 탓 으로 모든 것을 돌리고 있다 .

 

이 순간에도.....

                                                               - 연 3주째 정기산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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