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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노나니...

 하늘을 나는 모터행글라이더 무리들( 포항지역의 동우회 모임 같다/ 호미곶 부근에서 촬영)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고등학교 시절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없지만 
유원지에서 연세 드신 분들이 춤을 추며 많이 불렀던 노래로 기억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 얼씨구
절시구 차차차 지화자 좋구나 차차차...'

2021년 추석 연휴(9월 19일~22일/4박 5일) 동안 해파랑길 12,13,14,15,16 코스 (포항에서 호미곶을 거쳐 구룡포항 그리고 양포)를 걸었다. 시간 날 때마다 걸은 구간이 강원도 고성에서 포항시 양포까지 이다. 이제 양포에서 부산까지 걸어가면 동해안 해파랑길 770Km는 끝난다.
걷다 보면 풍경도 그렇지만 만나는 사람의 부류도 가지각색이다. 

구룡포를 지나 어느 한적한 조그만 항구에 들러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래도 큰 항구 같으면 식당이 있지만 작은 마을 단위의 시골마을에서 식당 찾기란 어렵다. 나는 트레킹 할 때 취사도구를 챙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버너나 코펠 같은....
배낭의 무게도 그렇지만, 돌아다니며 그 지방 특유의 향토 음식을 맛보는 재미를 즐기기 위해서다. 
겨우 한 군데의 횟집을 찾았다.
별다른 메뉴가 눈에 띄지 않아 그냥 물회 한 그릇을 시켰다.
연세가 제법 드신 아줌마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손자 인듯한 고등학생이 서빙을 했다.
내가 사는 울진도 동해안에 위치해 있고 평소에 자주 물회를 먹는다.
동해안 해파랑길을 걸으며 많은 횟집에서 물회나 회덮밥을 시켜 맛을 보았지만 내가 사는 곳이라 그런지 울진 보다 물회나 혹은 회밥의 맛이 나은 곳을 별로 보지 못했다. 특히 물회에 들어가는 장맛이 더 그랬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공깃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1회용 믹스 커피 한 잔 마시고 자리를 떨 무렵, 주인아줌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손님,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몇 되나요?"
"예, 환갑이 넘은 지 꽤 됩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 예, 60살요. 60살" 물끄러미 날 쳐다보더니
" 손님 같은 나이의 이 동네 사람들은 거의 다 운동은 안 하고 술만 마세요. 술만...."

구룡포 어시장에 잠시 들렀다. 구경도 할 겸, 생선도 몇 마리 사서 숙소에서 구워 먹을까 하고 들렀는데
생선 파는 아줌마와도 잠시 대화를 나눴다.
" 운동요?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는데 뭔 운동이꺼?"

생선을 배낭에 집어넣고 한참을 걷다가
"먹고사는데 정신이 없는데 뭔 운동이냐?"라는 말이 문뜩 머리를 스친다.
"난 먹고사는데 아무런 고민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먹고사는 것이 해결되면 다른 사람들은 여행도 다니고 나처럼 걸어서 수 백 Km 걸어도 보겠냐라는 생각도 든다.

내 생각에
먹고사는데 정신이 없어 여행이나 운동을 못하는 사람은
경제력을 포함해 여러 가지 여건과 형편이 나아져도 여행이나 운동을 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형편이 나아지면 또 다른 삶의 장애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유행 가사의 의미는 젊어서 모든 시간을 노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다 여유의 시간이 될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놀면서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가 맞다.
하루 종일 무대 위에서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잠시 고개를 돌려 대자연과 호흡하며 나 자신과 대화의 시간도 가지며 미래를 설계하자는 작사자의 뜻인 듯하다.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이다' 
-파울로 코엘류(브라질 소설가/1947~현존) -

결국 여행은 돈을 포함한 경제력이나  여행에 대한  또 다른 충족조건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

올해 10월은 대체휴일 덕분에 연휴가 제법 많다.
또 어디로 떠날까 하는 생각이 도착한 날 밤부터 생긴다.
이번엔 평이한 길 보다 제법 땀방울이 솟는 산으로 가볼까 한다.
도착 후 대중탕에 들러 냉온탕을 번갈아 드나들며 여독을 풀며 특히 이번 트레킹 때 아름답고 힘들었던 구간을 떠올려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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