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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금산에서 본 36번 도로


금산의 등산로

 

 

 


 

  

 

  # 길

  
- 사진촬영지: 울진군 근남면 금산(錦山)
   - 촬영일시: 2018년 6월 10일(일)
   - 산행자 : 알비노 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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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소에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마을 길.
   때론 차를 끌고 장거리를 다니곤 하는 훤하게 뚫린 아스팔트 길이나 고속도로.
   가끔은 산에서 만나는 인간의 발자취가 별로 없는 떨어진 솔잎으로 뒤덮힌 좁은 산길.
   지금은 가물가물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릴 적 모친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갔던 그 길.
   불이 꺼졌는지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짧은 공초를 입에 문 농촌의 노인이 몰고가는 경운기의 농로길. 
   바다건너 외국으로 갈 때 타는 비행기의 항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길은 누가 만들었을까?
   세상의 모든 길은 분명 인간이 편리함과 마을사람끼리 소통을 위해 아니면 물물교환 등을 위해 만들었을 것 같다.
  
   산길을 걷다 문뜩 처음 이 길을 낸 사람의 노고를 생각한다.
   없는 길을 만들기 위해 가시덤불을 걷어내기도 하고  큰도로를 내기위해서 인명 사고를 겪어가면서도  
   누군가 길을 만들어왔다.

   그 길을 걷다  내가 걷는 산에 처음 길을 낸 개척자를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약초를 따기위해 오고가다 조그만 길이 만들어 졌을 수 있겠고
   송이철에 송이따러 다니다 오솔길이 만들어 졌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통신시설과 교통수단이 없어 부득히 지름길을 택해 어려움을 마다하고 산길을 만들었을 경우도 있겠다.
   혼자서 아니면 마을사람끼리 옛날에는 가가호호 변변치 않는 장비를 동원해 길을 냈을 것이다.

   세상의 길만 그렇게 쉽게 길을 내지는 않았다.
   내가 매일 접하는 컴퓨터, 휴대폰을 비롯한 문명의 산물들!
   그들의 개발자들도 처음에는 많은 고생과 시행착오를 했으리라 본다.

 

   내가 앉아 업무를 보는 책상도 그렇고,
   내가 매일 먹는 밥을 만들어 주는 전기밥솥도 그렇고

   내가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그렇다.
   하물며  내가 매일 신고 다니는 신발도 그렇다.

   매일매일 일과를 보내며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감사는 뒤로하고 나는 그 감사함 대신에 불평 불만만
   늘어놓는다.  개척자와 발명가들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고  단점만 지적한다.
   인간의 모든 생활 속의 불평과 불만이 새로운 발명과 개척을 선도하는 것일까?
 

 

  수 년동안 많은 산길을 걸어봤다.(나 보다 더 많은 길을 걸어본 사람도 많겠지만..)

   바위로 뒤덮힌 악산(岳山)도 걸어보고, 눈 덮힌 설악산의 대청봉에 오르기 위해 한계령 능선길도 걸어보고
   스위스의 유명한 트레킹 길도 걸어봤고 푸른파도 넘실대는 동해안 해파랑길도 걸어봤다.

   그렇지만 인적이 드문 국내,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힘든 솔잎으로 뒤덮힌 작은 오솔길을 걷는 재미는
   여느 길을 걷는 것 보다 더 가슴 설렌다.

   이유는 누군가 만들기 전, 길 이전에 그대로의 모습이  좋고, 발 밑에서 부터 온 몸으로 전해오는 푹신푹신한 느낌이 좋다.
   높고,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많은 사랑을 받고 인기 있는 길 보다는 개발과 개척이 되지않은 '길 이전의 길' !
   그런 길이 좋다.

   하루도 휴대폰 없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가끔은 누군가 개척해 놓은 길 혹은 사람들이 많이 다닌 그런 길 보다는 
   또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 아닌 세상의 모든 것들에  익숙해 하기보다  그렇지 않는 길과 사물곁에 기웃기웃해 본다.

   혹시 그 속에 내가 개척하고  앞으로 내가 걸어온 것과 같이 평생 몸과 마음 바쳐 뭔가 할게 없을까 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