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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나도 모르게 불청객이 찾아오다.3

 


내가 머물던 병실/입원할 때 편하게 여행용 가방을 들고 갔다.

 

 

 

 

 

   아래의 글은 제가 2018년 1월 18일, 울진군의료원에서 대장 내시경 용종 제거후 조직검사 결과, 대장암으로
  판명되어 
2018년 1월 26일(금), 강릉 아산병원 외과에서 대장 30 cm 정도 절단하는 복강경 대수술 등 치료 및 
  회복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올려드리니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글을 통해 각자의 건강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음 합니다.



  # 나도 모르게 불청객이 찾아오다.3

 

  수술날이다.
   아침부터 무슨 검사가 그렇게 많은지 어제도 검사를 많이 했는데 또 검사가 많다.
   오전에 팔뚝에 링겔을 몇 개 꼽고 입원복에서 녹색의 수술복으로 갈아 입었다. 녹색은 생명의 색깔이라 했는가?
   그래서 의사들도 녹색의 가운을 입는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많은 주사를 맞았지만 난 주사바늘이 내 몸에 꼽히는 것을 두려워 한 적이 없다.
   간호사가 따끔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늘 주사바늘이 엉덩이고 팔뚝이고 꼽힐 때 그냥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간호사와 농담을
   주고 받곤했다. 신경이 둔해서 그런지 평소에 모든 것에 무감각한 편이라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런 주사 바늘을 이번에도 수 도 없이 팔뚝에 달았다.

   보통은 오전에 수술을 하는데 내 수술 일정은 오후 1시에  잡혀 있어 몇 가지 검사와 함께 무료하게 오전을 보내고 점심시간이

   지나  베드에 눕힌채 수술 대기실로 이동했다.
   
   큰 병원이라 그런가? 수술 대기실에 몇 명의 수술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머리에 두건(?)을 뒤집어 씌운채로 
   베드에 누워 옆을 보니 어떤 젊은 여성분도 나와 같은 모양으로 누워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 대체 어디가 편찮아서 수술을 하는 것일까?"
   화장기 없는 뽀얀 얼굴의 창백한 얼굴이 내게 안타까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수술 대기실은 입원실 보다 추웠다.
   나도 평소에 강심장이라 생각했는데 대수술을 앞두고 잠시후 수술을 한다는 생각과 함께  아직은 겨울이라 으시시 추운
   수술 대기실에서는 
 왠지 심적으로  위축이 되었다. 
   잠시후 직원들의 손에 이끌려 내가 누운 베드가 움직였다. 수술실로 이동하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대수술 할 때 전신마취 전에는 무슨 생각들을 할까?
   혼자서 심호흡을 해본다.  

   수술실이다. 
   처음보는 환경과 사람들!

   의사 선생님께 물어본다.

  " 왜 이렇게 추운가요?"

  " 수술실의 온도가 높으면 세균의 번식력이 높아져서 원래 수술실의 온도는 높지 않는 것이랍니다."
   의사인지는 모르지만,  여럿의 사람중에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귀에 들리는 소리이다.

   코 에다 뭘 씌우는 것 같았다.
   잠시후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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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시간이 지났는지 나도 모른다. 나중에 의사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수 시간이 지났지 않나 싶다.

  전신 마취에서 깨는 순간 ! 순간이라 표현해야 할지 찰나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암튼 마취에서 깨는 순간이다.
  무시무시한 통증이 달려들었다.
  소리를 질렀다.
  십 수년전 교통사고로 인해 대수술 할때도 전신마취를 하고 외과수술을 했는데 그때 보다 통증이 더 한 것 같았다.
  내 고함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내 베드는 직원들에 의해 입원실에 옮겨졌다.
  통증에 대한 내 고함소리에도 별 신경쓰는 것도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런 현상에 익숙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훗날 들은 이야기는 이런 경우를 대비해 마취깰 때의 통증완화를 위해 미리 의사나 간호사에게 통증완화에 대한
 방법을 
이야기 해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6인실의 입원실에서도 견딜 수 없는 통증에 대한 계속되는 내 고함소리에 간호사들은 진통제를 계속해 투여를 하는 것 같았다.
  약간의 미동에 통증은 더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일반 진통제가 아닌 몰핀 계통의 진통제를 주사하는 것 같았다.
  잠에 골아 떨어지는 진통제.
  깰만하면 또 진행되는 통증!
  몇 번의 고함과 함께 계속 투여되는 진통제.
  몇 시간 지나서 극적인 진통은 약간 진정이 되고 일반 무통 진통제가 링겔과 함께 투여되었다. 

  링켈액에 수면제가 들어가 있는지 잠이 자꾸 쏟아졌다.
  심한 통증은 어느 정도 잦아 들었지만 그래도 침대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하룻밤이 지났다.
  종류도 모르는 링켈액이 몇 개씩이나 달려 있었다.
  아침에 담당 의사가 와서 수술 결과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다.

  "당분간 대장을 막아두었습니다."
   당분간 대장과 항문을 사용할 수 없도록 당분간 (2개월 동안) 대장을 막아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배꼽 부근에 구멍을 내서 그곳에
   장루( 인공항문)을 내서 주머니를 달아 놓았다는 설명과 함께 인턴 선생님이 장루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장루(인공항문)는 처음보는 것이었으며 영어로는 'Stoma' 라고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하고 했다.
   장루의 원리와 비우는 방법 등을 설명을 받았다.
   침대에 있는 동안은 간호사들이 수시로 와서 갈아주고 비워두고 했으며 아산병원 간호사들 모두는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낮은 목소리로 친절한 서비스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 아산병원 자료
대장과 항문을 당분간 폐쇄하고 배에 장루(인공항문)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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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링겔대를 부둥켜 잡고 침대에서 내려와 봤다. 뱃 속의 통증은 심하지는 않았지만 허리는 꼿꼿하게 펼 정도는 되지
  않아 꾸부정한 모습으로 병실을 나가봤다.  
  소변도 호수를 통해 허리춤에 탄 소변통으로 자동배출 되었고, 배 옆으로 구멍을 뚫어놓아 그곳으로 수술 후 뱃속의 불순물이
  배출되도록 해놓았다. 

  힘을 내서 걸었봤다.
  산이 좋아 설악산 대청봉으로 지리산 천왕봉으로 수 십 Km 를 다닐 때를 생각하며 힘을 내봤다.
  한 10분 정도 걷다 이내 침대로 돌아왔다. 배 주변의 근육이 당기고 다리에 힘이 없었다.
  또한 왠 잠이 그렇게도 오는지 수술후 며칠은  잠 속에서 헤맨 것 같다.
  이틀이 지나고,
  통증이 가라앉고 의사는 내게 자주 걸으라고 조언을 한다.
  강릉 아산병원의 7층 본관에서 신관의 복도의 길이가 꽤나 길다. 
  퇴원시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왕복하며 많이도 걸었다.
  그래도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많은 날을 기대하며 또, 7층 병동에 입원해 있는 많은 환자들의 고통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그렇게 십일이 넘게 7층에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