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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것들/살아가는 이야기들

때와 시기


 

- 사진촬영 일자: 2014년 3월 27일(수), 오후 2시~

- 촬영장소 : 경북 울진군 울진읍 고성리 들판

- 촬영장비:  카메라/캐논 5D-Mark2, 렌즈/ 캐논 27-300mmL

 

십 여년전에 산골에서 배추농사를 한 번 지어봤다. 
평생 농사라는 것은 텃밭에 상추 심는 정도 밖에 경험을 하지 못한 내가 경운기를 끌고 수 백평의 밭에 배추와 무우를 심어봤다.
울진지역의 배추모종은 포트에 씨를 뿌리는 시기는 8월 10일 안팎이다.
씨가 흙에 들어가는 시기가 늦어면 일조권의 영향으로 결구시기에 배추가 영글지 않고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시기를 놓치면 그동안의 노력을 허사가 되고만다.

나는 그 당시 약 10일 늦게 씨를 심고 정성껏 배추와 무우를 가꾸었지만 초보 농사꾼에게는 첫 해의 고구마 농사에 이어 배추농사까지 망치게 되었다.
배추값의 폭락과 더불어 상품가치의 하락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 농사를 접고 말았다.

좋은 승용차는 아니지만 난 노후화된 자동차를 끌고 다닌다.
연식이 꽤나 오래되었지만 차의 상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 그럭저럭 효자노릇을 하는 내 차를 애지중지 타고 다니는데
한 달전 부터 상태가 안좋다.
차가 없으면 도저히 하는 일을 못하는 지경이라 상태가 좋지않은 차를 보름을 넘게 끌고 다니다 결국 차가 고장이 났다.
하루면 될 일을 이틀에 걸쳐 카센터에 맡기고 나니 그 불편함은 이만저만 아니였다.
차 수리 시기를 놓친 까닭이다.

 

세상만사 시작의 시기, 마감의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공부할 시기. 결혼할 시기. 돈 벌 시기. 휴식을 취할 시기, 거름을 뿌릴 시기, 임기에서 물러날 시기 등.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시기를  놓쳐 더 큰 낭패를 보는 것이 어디 한 두가지 일까?

울진읍 시내에서 그렇게 멀지않은 고성리 들판을 지나다 문뜩 논뚝에 내 놓은 거름포대가 눈에 띈다.
봄을 맞아 얼마후면 논에 들어갈 거름.
연세가 많으신 농촌의 어른들의 농사시기 맞추는 일은 기가 막히다.

머잖아 트랙터 소리와 함께 흙과 함께 믹스될 농부들의 농사시기 맞추는 지혜.
그 속에서 나 역시 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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