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바우길 15구간
■ 탐방 일자: 2022년 1월 2일
■ 탐방자: 알비노 단독
■ 구간 : 성산면사무소,임도삼거리, 솔향수목원정문, 구정문화마을, 단오문화관/17.2Km
● 후기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또 밝았다.
검은 호랑이해!
매년 새해가 되면 바뀌는 하늘의 색과 땅의 동물 이름으로 조합된 동물 이름의 해.
사람마다 의미는 많이들 부여하겠지만 내게는 그렇지 않다.
호랑이 해이든, 황금돼지의 해이든 그저 해가 바뀔 때면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가올 1년의 계획과 다짐 같은 것들을 마음속으로 정리하는 일 밖엔 동물의 이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작년 2021년 초, 매일매일의 메모장 역할을 하는 다이어리 맨 앞장에 이렇게 썼다.
1. 사람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자
2. 건강관리를 잘하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꼭 하자
3. 남의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자
4. 약소하지만 약간의 목돈을 만들자
5. 정리 정돈을 잘하자
해가 바뀔 때마다 다짐과 결심을 하면서 성공률이 낮다는 것을 알고는 2021년에는 많은 결심이 아닌 최소 각 항목별 50% 정도만 달성해야겠다며 꼭 1년 전 스스로 노트에 메모까지 하면서 다짐했던 일들이다.
2021년의 마지막 날, 뒤를 돌아보니 각 항목별 실천율 30%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그 이하이다.
그중에도 약속을 잘 지키는 일과 단돈 100만 원이라도 목돈을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
약속은 내가 먼저 해놓고 어기는 일이 많았다. 부득이 지키지 못할 약속에 부담감은 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내 통장은 밑 빠진 장독이다.
노동의 대가가 입금이 되고 한 달이 지나면 통장에는 늘 부스러기만 남는다. 나만 그럴까?
2022년의 시작은 책상에 앉아 매년 했던 새해 연도의 다짐과 결심 대신 길을 나섰다. 배낭을 메본지가 얼마만인가?
왠지 강릉으로 가고 싶었다.
강릉 바우길 총 17개 구간 중(울트라 바우길 제외)에 거의 모두 걸어본 것 같은데 지도를 보니 15구간이 생소하다.
제법 많은 길을 걸어서 인지 이제는 걸어본 길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한 번에 한 지역에 있는 트레일과 등산로를 걷지 않아서 일까?
강릉시내에서도 얼마 멀지 않은 성산면사무소에서 출발이다.
면사무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길을 나섰다. 예전에 다른 구간의 바우길을 걸을 때 여기 주변의 모텔에서 숙박을 한 기억이 있다. 주변에 제법 맛집들이 많다.
몇 주전에 강릉지역에 폭설이 왔었는데 눈이 녹지 않았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눈은 많이 녹았다.
초입, 논 가운데로 지나가는데 대관령 방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세차다.
작년에 추수하고 남은 누른 벼의 그루터기 위로 불어오는 겨울바람과 함께 내 마음도 썰렁해지는 느낌이다.
혼자서 호젓하게 걷는 재미가 좋다.
우선 간섭이 없어 좋다. 걷다가 땀이 나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아무데서나 쉴 수 있고, 걷다가 힘들면 중도에 그만두면 된다. 먼 산을 보는 것도 내 자유, 깊은 산속 오솔길에서 옛 추억을 그려보는 것도 내 혼자만의 자유다.
공동묘지 옆을 지나다 문뜩 이 추운 겨울 땅 속에 묻혀 있는 분들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라는 생각이 든다.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대관령 꼭대기에서 불어오는 찬바람 맞으며 겨울을 지내야 하는 쓸쓸함!
봉분 위에 녹다 남은 잔설이 더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강릉의 바우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강릉지역의 소나무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솔향강릉'이라는 강릉시의 슬로건처럼 산속 가는 곳마다 소나무의 생육이 건강하다.
국내에서 소나무로 유명한 곳은 내가 사는 울진과 서해안 안면도와 강릉이다. 울진군 금강송면의 금강송도 유명하고 아름답지만 강릉 지역의 소나무도 이에 못지않다.
바우길 15구간은 강릉수목원을 지난다. 수목원에 휴일을 맞아 가족 나들이하는 분들이 몇 있다.
이파리 없는 수목원의 나무들도 겨울잠을 자는지 잠잠하다. 녹색 향기 내뿜는 봄철이나 단풍철에 이곳을 다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목원을 지나 한참을 걸어 15구간의 마지막 지점인 강릉단오제 전수교육관에 도착 후 시내 한국은행 지점 앞에서 택시를 이용해 출발점으로 돌아갔다.
어둠이 내리기 전, 강릉에 사는 절친을 불러내 같이 저녁을 먹은 후 집으로 향했다.
친구가 좋다.
성산면사무소 주차장
분위기 좋은 카페
제주도 올레길 주변에 이런 분위기의 카페가 많다.
산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관령 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세차다.
성산면의 전경/ 오른쪽으로 가면 강릉시내 방면
강릉시민들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다.
댐의 규모로 봐서 저수지의 규모가 제법 큰 것 같다.
강릉시동물사랑센터
동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살면서 고달프고 괴롭고 혹은 슬픔이 내 영혼을 감쌀 때
또는 혼자 있을 때
외롭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이 깊은 산,
잔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죽은 자의 외로움은 어디에 비할까?
찾아오는 것이라곤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솔잎과
산짐승의 발자국 소리뿐.
이 깊은 겨울산,
대관령 차디찬 바람과 마주하는 이승을 달리 한 자의
쓸쓸함은 어디에 비할까?
하지만
세상에 보기 싫고 듣기 싫은 것들과 마음의 고통을 떠나 눈 감고 있는 것이
차라리 이승의 삶보다 더 나을 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빛이 있는 세상이 그렇지못한 세상보다는 낫겠지.
바우길의 시그널이다.
흰색과 파란색, 때론 흰색과 빨간색 두 가지를 사용한다.
편안한 길이다.
끝점인 강릉단오문화관이 11.9Km 남았다.
강릉 수목원 뒤편으로 내려간다.
강릉수목원 정문/ 왼쪽 흰색 차 뒤의 건물이 안내소이다.
강릉시 외곽을 돌아서 시내로 들어가게 된다.
양지바른 곳에 정원 주택들이 많다.
강릉 외곽에도 잘 지어진 주택들이 많은 것 같다.
울진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로 기차를 타고 여행 갈 날이 언제 오는지.
내 평생 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 보니 술도 예술이다.
강릉 신복사지 삼층석탑
옛날 이곳에 절이 있었다. 신복사
탑 앞의 석조보살의 형태가 특이하다.
머리에 관을 이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종착지인 강릉단오제 전수교육관
강릉시 회산동 부근에서 저녁을 먹고 난 뒤 대관령 쪽
선자령 부근의 풍차
재작년 설날 선자령을 걸은 추억이 새롭다. 벌써 2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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